처세술

강주은에게 배우는 결혼생활 팁

pa5355 2017. 10. 23. 10:29

강주은에게 배우는 결혼 생활 팁

강주은에게 배우는 결혼 생활 팁

WHEN I GOT MARRIED


만인의 연인으로 불린 한 남자의 아내가 된 지 23년째. 강주은이 전하는 결혼과 인생에 대한 보석 같은 조언들


결혼은 두 세계가 만나는 일이죠. 거기엔 시너지도 있지만 충돌도 생기고요. 보통은 지혜롭게 충돌을 넘기려 하지만 너무 막연해요


어떤 결혼생활도 충돌을 피할 순 없어요. 누구든 자신의 파트너가 독특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런 만큼 우리만의 방법을 새로 개발해야죠. 처음엔 많이 힘들었지만 저는 방법을 찾았고, 효과도 있었어요. 어떤 때는 제가 남편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할 때도 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부분이 있는 거죠. 그런 것은 마음에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이에요. 때로는 제가 남편의 역할을, 때로는 남편이 아내의 역할을 할 때가 있어요. 살아가다 보면 가정에서 역할은 혼합되고 어느 시기가 되면 상대를 서로 도와주게 돼요. 어느 때부터는 역할 구분이 중요해지지 않아요. 꼭 내가 해야 하는 것, 남편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남편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남편은 나를 위해 어떤 점을 받쳐줄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때는 역할의 고정관념이 완전히 사라져요.


부부 사이의 배려란 무엇일까요


상대의 입장이 돼주는 것이죠. 부부 사이에서 상대의 입장이 돼주기 시작하면 자식에게도, 부모에게도,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가능할 거예요. 내 옆에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제일 먼저 시작하면 바깥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배려할 수 있어요.


상대의 입장이 되기 위해선 상대를 잘 알아야 해요. 남편을 어떻게 알아갔나요


남편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살았죠. 너무 독특하니까요. 보통 사람과 다르니까 언제나 관찰했고, 왜 그런지 생각했어요. 뭘 불편해하는지, 뭘 원하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등등.


지금 두 사람의 소통은 원활한가요


원활해지기까지 한 10년 걸린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계속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과 실험 그리고 인내가 필요했죠. 박사 학위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지금도 ‘남편’이라는 논문 속에 살고 있고, 제 생활과 행동으로 지면을 채우고 있어요. 논문의 주제는 인터퍼스널 릴레이션십, 즉 대인관계가 될 거예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러빙 스루 액션(Loving Through Action)’. 행동을 통해 사랑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요. 단순하죠. 그래서 그냥 지나치기 쉽고, 무시하기 쉽지요. 하지만 아주 쉬워요. 사소한 거라도 행동과 표정, 말로 보여주는 거죠. 단순하지만 사람들이 잘 안 해요. 그것이 ‘고마워’라는 말일 수도 있고, 손잡고 웃어주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냥 기쁜 마음이 들 때 안아주는 것일 수도 있어요. 미안할 때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죠.




강주은 씨가 생각하는 부부의 사랑은 어떤 모양일까요


이제 와서 면사포를 쓴 사진 속 제 얼굴을 보면 참 안됐어요. 앞으로 어떤 일을 겪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표정이거든요. 이후는 내리막길뿐인데 내려가는 길이 상상과 달리 너무 길었어요. 결혼 전 혹은 연애할 때, 그러니까 아직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지 않는 시절은 참 편하고 즐거워요. 서로에게 책임감이 없거든요. 누가 타인의 어려움을 안고 가고 싶겠어요? 그게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본능적으로 어려워요. 우리는 그냥 편안한 곳만 찾아요. 결혼할 때는 이 사람이 나를 더 편안하게 해줄 거라는 기대가 많죠. 상대방이 나와 제일 깜깜한 곳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는지, 나도 그 사람과 그런 곳에 함께 들어갈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해요.


그걸 어떻게 확인하죠


사실 살아보기 전엔 몰라요. 결혼하고 가정을 가지고 나서도 사랑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해요. 결혼은 힘든 여행이에요. 힘든 시기가 닥칠 때 상대를 응원하고 도움을 줘야 해요. ‘결혼하면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다. 충격적이고,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자신도 모르는 속마음이 드러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서로 공격하지 말자. 오히려 그런 때를 응원하는 기회로 여기자. 제발 노력하자.’ 결혼 전에 이런 식으로 대화하거나 써두고 기억해도 좋을 것 같아요. 결혼 초기는 누구나 아기 걸음마일 수밖에 없어요.


아무리 노력하고 인내하고 기다려도 상대가 변하지 않으면요


참 무서운 얘기지만 그것도 ‘조건’이에요! 무의식적으로 ‘내가 노력하는 만큼 상대도 그걸 고마워하고 똑같이 노력해 주길 바란다’는 조건을 만든 거죠. ‘나는 조건 따위 필요 없어’라고 마음먹어야 해요. 최선을 다한 것에 만족하고, 거기서 끝나야 해요. 아무리 희생하고 노력해도 상대방은 그 깊이를 헤아리지 못해요. 그건 당연해요. 내가 이만큼 해주면 상대방도 이만큼 해주겠지 하고 바라는 게 사람 마음이지만 그런 욕심이 오히려 나를 힘들게 해요. 아무 기대를 하지 않았을 때 뭔가를 받으면 감동이 배가되고, 더욱 감사한 마음을 갖게 돼요.


최민수라는 캐릭터는 독특해요. 배우로서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비춰지는 남편의 모습으로서도 말이죠. 남편과의 소통방식에서 특별히 염두에 두는 것이 있나요



제가 어릴 때부터 마음속에 간직해 오고 있는 생각이 하나 있어요. 누구에게든지 가르치는 말을 듣는 건 불편하다는 거예요. 누군가 그렇게 얘기하는데 귀에 확 들어왔어요. 말이 되더라고요. 누군가를 가르치려 할 때 사람들은 자존심이 상하고 예민해져요. 나한테 완벽한 답이 있고 당연히 그걸 따라야 한다고 말하면 상대는 그것을 공격으로 느껴요. 그런 상태에서는 상대가 여유를 찾을 수 없죠. 공격이라고 느끼지 않도록 말하는 것도 소통의 방법이에요. 그게 어려울 때는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도 해요. 보통 남편한테 뭔가를 요구할 때 쉽게 가르치는 입장이 되잖아요. 그건 누구든 싫어해요. 그러지 않으려고 정말 조심하죠. 남편은 제가 뭔가를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귀를 닫더라고요.



결국 결혼은 물론 인생에서도 중요한 키워드는 ‘소통’인 듯해요. 소통에 필요한 실용적인 팁이 있다면

저는 짧게 말해요. 말이 길어지면 남편이 오해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더라고요 게다가 일일이 설명하면서 이해시키려면 구구해지고 효과적이지 않더라고요. 정신 차리고 3분 안에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려고 했죠. 그러니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말해야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걸 얻을까? 이런 고민을 언제나 해요. 보통 대화할 때든 강의할 때든 길게 얘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반대로 듣는 사람은 핵심의 한 마디를 계속 기다리고 있어요.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그 한 마디가 나오지 않으면 관객은 지치고 어느 순간 사라져요. 또 다른 하나는, 말을 많이 아껴요. 정말 해야 될 때만 하는 거죠.

화가 나는 순간에 냉정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려워요

저는 감정을 빼는 연습을 해요. 감정이 들어가면 그 순간부터 상황이 확 커진다는 걸 알아요. 남편이 소리를 지른다 해도 저는 절대로 소리를 지르지 않아요. 100%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을 하면 안 돼요. 극복해야 하는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참고 지나가면 딱 이런 기분을 느껴요. ‘내가 또 올바른 선택을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