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에서

1000배

pa5355 2015. 10. 5. 14:40

일면식도 없는 카페 회원 분들에게 제 개인적인 얘기를 한다는 것이 조금 어색하고 부끄럽지만 작지만 소중한 경험을 말씀 드려보고자 합니다.

 

 

몇 년 전 21일 동안 1,000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종교적인 의식은 아니었고 절수행이 좋다고 하여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되었지요.

이왕에 하는 거 큰맘 먹고 끝까지 가보기로 다짐했습니다.

 

 

집에 서재로 쓰는 방에서 1,000배를 하는데 2시간에서 2시간 반 가량 걸리더군요.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허리는 끊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겨울이었는데 몸에서 나는 땀과 열기로 방 유리창에 뿌옇게 습기도 차고 도저히 할 짓이 못된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힘도 들고 후회도 들고 이게 무슨 사서 고생인지 하루 하고 자신이 없어졌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의지를 냈습니다.

 

 

말 그대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꾸역꾸역 해나갔습니다.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셨어도 하루도 안 거르고 간신히 21일을 마침내 다 채웠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더군요.

 

 

마지막 날은 유난히 힘들었습니다.

오늘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니 평소보다 몇 갑절은 힘들었습니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대충하고 마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신과의 약속이기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천천히 절을 했습니다.

 

 

그렇게 21일의 마지막 날 절을 하던 중에 번갯불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나의 작은 깨달음 정도로 표현하면 좋겠네요.

 

 

“몸을 키우기 위해서는 몸을 써야하고, 정신을 키우기 위해서도 몸을 써야한다.”

 

 

당시 반짝하고 스치는 생각이 이것이었습니다.

기계처럼 반복적으로 절만하다가 갑자기 정신이 퍼뜩 들더군요.

 

 

스키장에 가는 사람은 스키를 가지고 갑니다.

스키장에 입장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스키를 타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 몸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리고 죽을 때 이미 사용가치를 다한 몸을 버리고 갑니다.

이 세상에 입장하기 위한 몸이 아니라 사용하기 위한 몸을 가지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왜 몸을 써야 할까요?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이 시합을 할 때, 특히 한일전 같은 경우에 종종 아나운서들이 하는 얘기가 있지요.

“체력이 떨어졌으면 정신력으로 버텨라.”

체력은 몸으로 하는 운동을 통해서 키우면 되는데 정신력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기도? 명상? 참선?

 

 

정신력 또한 몸을 통해서 키워진다고 봅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체력은 운동을 하는 만큼 커지지만 정신력은 육체의 한계를 넘었을 때 비로소 한 단계 성장합니다.

정신의 성장, 영혼의 진화를 위해서는 나의 몸이 필수 도구입니다.

죽은 영혼은 진화를 할 수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왜 사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산다고 합니다.

그럼 “행복한게 어떤건데?”라고 물으면 그 때부터는 대답이 제각기 나옵니다.

건강하게 사는 것

크고 넓은 집에서 사는 것

맛있는 음식 먹는 것

좋은 이성과 결혼하는 것

멋진 자동차 몰고 다니는 것

자녀들 공부 잘해서 성공하는 것....... 등등

 

 

그런데 위의 것들은 크게 보면 내 한 몸 편하고자 원하는 것 들입니다.

그리고 이것들을 이루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많을수록 좋습니다.

돈=행복

이런 공식이 성립하게 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열심히 돈을 법니다.

몸이 편하고자 뼈 빠지게 일하는 아이러니한 세상이 됐습니다.

 

 

주변 친척 분 중에 나이 50도 안 될 때 사업으로 크게 성공하셔서 일찌감치 은퇴하시고 전원주택 짓고 여유롭게 사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 분은 경조사 등 집안 일이 있어서 만날 때 마다 취미가 바뀌시더군요.

마당에 골프연습장 만드시고, 사진에 관심이 있어서 카메라도 배우러 다니시고, 언젠가는 와인 수집에 바쁘시더니 또 언제는 지하에 노래방에 영화관도 설치하시고, 집 별채에 사우나도 만드느라 바쁘시고, 진돗개도 정성으로 키우시고, 정원 조경도 바꾼다고 소나무며 이것 저것 심어 놓으시고, 이제는 집 바로 옆에 땅을 사셔서 농사를 지으십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 분께서 뭘 해도 항상 공허해 하는 마음 또한 보입니다.

 

 

뛰는 사람은 걷고 싶고

걷는 사람은 서고 싶고

서는 사람은 앉고 싶고

앉은 사람은 눕고 싶고

누운 사람은 자고 싶고

조금이라도 몸이 편하고 싶잖아요.

 

 

인생의 목표가 자는 것이라면 성공한 것이지요.

하지만 영원히 잘 수는 없습니다.

깊이 자다가 문득 잠에서 깼을 때 “이제 뭐하지?”라는 생각이 들면 그 때부터 방황합니다.

그것이 정말 소원이었는데 그 소원의 끝은 허무함이기에 다른 목표를 찾아서 돌아다닙니다.

육체적인 삶, 물질적인 삶을 지향하면 그 결과는 뻔합니다.

몸이 편하고자 희망하고 그렇게 살아간다면 내가 태어난 목적이 아니기에 나중에 많이 후회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연의 법칙은 그렇게 누워있는 사람을 가만히 놔두질 않는 것 같습니다.

방바닥을 절절 끓게 만들어 뜨거워서라도 펄쩍 일어나게 만듭니다.

건강으로, 경제적으로, 자녀문제로 가만히 앉아 있는 나를 칩니다.

 

 

고진감래라는 말이 있듯이 꾸역꾸역 파도를 해치며, 고비를 넘어가며, 시련을 겪으며 그 와중에 잠시 평온함도 있고, 행복도 있고, 휴식도 있고, 그렇게 눈 앞의 일들을 처리하며 살다보니 어느덧 정신력은 예전보다는 커져있고, 의식도 조금은 깨어나고, 문제 해결 능력도 생기고, 나약함도 개선되고, 자기중심도 생기고, 이런 거 전부 다 합쳐서 영혼의 성장이라고 하겠지요.

 

 

몸이 있음으로 인해 오감도 있고, 오욕칠정도 있고 여러모로 불편하지만 한편으로는 영혼의 진화와 윤회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마스터 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게으르고, 나태하고, 귀찮아하는 것이 잘 안 고쳐지네요.

다 제 업이고 습이겠죠.

또한 알면서 행동하지 않으니 제대로 안다고도 볼 수 없겠네요. 휴~

 

 

위의 내용들은 제가 몸소 느낀 부분이고, 주관적인 생각이고, 나름 정리한 것이라 여러분들의 생각이나 경험과는 틀릴 수 있습니다.

제 말이 정답은 아니니까요.

 

 

도, 깨달음, 수행......

관심은 많았지만 실제로 공부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

관련된 서적을 많이 읽었던 것도 아니라 회원님들끼리 토론할 때는 솔직히 이해 안 가는 부분도 많고요.

선문답 같은 것은 엄두도 못 냅니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는 도(道)공부도 접었습니다.

 

 

그 공부라는 것이 따로 있지 않더군요.

깊은 산속에 암자 짓고 양반다리 하고 앉아 벽보고 깨우친들 세상에 내려오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반쪽짜리 깨달음입니다.

진정한 깨달음은 몸소 겪고 해결해 나가고, 체험하는 생활 속의 깨달음 밖에 없다고 느꼈습니다.

삶의 명상이라고 하지요.

제가 도라는 공부를 내려놓은 이유입니다.

일부러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안 한다고 도태되는 것도 아니더군요.

 

 

굳이 억지로 하려는 것은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또 일부러 안 하려는 것 또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마음도 버리고 내가 맡은 본분을 다해서 그저 열심히 사는 것이 생명 받은 자의 소명이고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나를 깨우쳐 주기 위해서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고 배우면 그만입니다.

 

 

이상 저의 지극히 주관적인 인생관이었습니다.

별 시덥지 않은 소리로 들리시더라도 이해하시고 제 작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엄한데 찾아다니며 돈쓰고, 시간 버리고 하지 마시라고요.

구원, 수련, 명상, 천도, 영가, 기공, 기도 같은 말로 선량한 사람들 주머니를 노리며 자칭 세상의 선생이라고 떠드는 무리들이야 말로 불한당 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럴듯한 말에 현혹되지 마세요.

그렇게 될 수 있었다면 이건희 회장 같은 분들은 벌써 학 타고 날아갔을 겁니다.

 

 

한 분이라도 이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으면 만족합니다.

 

 

잘 굴러가던 자동차가 고장이 났을 때, 집주인이 전세금 올려 달라 갑질할 때, 자식이 말썽 피울 때, 직장 상사가 뒤끝 작렬할 때, 술 마시고 지갑 잃어버렸을 때, 이 세상 오만가지 행운은 나를 다 피해갈 때가 바로 깨달음과 성장의 기회인 것을 알아채시면 그게 행복입니다.

 

 

몸은 사용하기 위해서 가지고 온 도구입니다.

비싼 금고 사서 그 안에 도구를 보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마음껏 사용하시고 대신 자신의 몸을 스스로 아끼시고, 몸을 통해서 성통하시고, 견성하시고, 극락왕생하시고, 천국도 가시고, 해탈하셔서 다시는 태어나시지 말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