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관리

퍼온글 직무대행일지4

pa5355 2016. 5. 8. 17:57

입주자대표회장 직무대행자의 일기 4

 

 

 

관리사무소장으로부터 인계받은 각종 계약서, 관리비 지출현황, 입주자대표회의 및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록, 판결문과 결정문, 고소와 고발 처리결과 등을 찬찬히 검토해 나갔습니다. 이 아파트의 지나온 과정이 어렴풋이 복기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 이후 입주자대표회의는 일부 동대표들에 대한 제명, 거기에서 촉발된 고소와 고발, 본의 아니게 분쟁에 말려들어간 관리사무소 직원들에 대한 민원과 쌍방 폭행 등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관할관청으로부터의 시정명령, 입주자대표회의 재구성에 대한 행정지도 등의 민원을 제외하더라도 민, 형사상 분쟁이 30여건이 넘게 발생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기되는 각종 분쟁사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지요.

 

 

시급히 처리해야 할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관리사무소가 원고가 되어 전 동대표에게 관리비로 처리한 개인소송비용을 반환하라는 소송이 제기되어 있었고, 직무 정지된 동대표회장이 입주자대표회의를 대표하여 역시 전 동대표들에게 횡령한 관리비를 반환하라는 소송도 한창 진행 중이었습니다. 법원의 선거관리위원 위촉효력정지가처분결정에 대해 전 동대표회장이 제소명령을 신청했고, 법원의 제소명령이 발령되어 본안소송이 제기될 예정이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장 직무대행을 맡은 제가 본안소송이 제기되면 피고로 응소를 해야 할 상황이었지요. 세 건의 소송 모두 입주자들이 편을 갈라 주장을 달리하는 사항들입니다. 제가 불가피하게 소송에 관여하게 되면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입주자들에게는 직무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장 직무집행정지 및 대행자선임신청을 제기하였던 채권자측 입주자들과 직무집행이 정지된 대표회장 및 동대표 양측을 모두 만나기로 했습니다. 시간은 4월 25일 월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서로 소송을 했던 당사자들이기에 한 자리에 모아놓으면 싸움만 커질 것 같아 7시부터는 동대표들을, 9시부터는 채권자측 입주자들을 각기 나누어 면담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당일 오후 5시 30분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도착하여 여러 건의 결제를 마치고, 우선 관리사무소가 원고가 되어 제기한 소송을 취하할 생각임을 밝혔습니다. 확립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아파트가 자치관리를 하건, 위탁관리를 하건 관리사무소는 독립된 당사자능력이 없어 소송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소각하가 되느니 입주자대표회의로 당사자표시정정신청을 한 후 입주자대표회의를 대표할 직무대행자 자격에서 소를 취하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차후 대표회의가 정상적으로 구성되면 다시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는 그들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동대표와 채권자측 입주자들을 순차적으로 만났습니다. 법원으로부터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직무대행을 명받았으나 입주자들의 자치적 관리를 앞당기기 위해 동대표 및 회장과 감사의 선거를 조속히 진행할 예정임을 알려주고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제가 선거를 강행한다고 해도 입주자들의 참여도가 떨어지거나 상호 비방이 심해지면 정상적인 선거가 곤란합니다. 설혹 어렵게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한다고 해도 민주적 정당성에 상처를 입으면 또다시 소송의 나락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점을 설명하면서, 구지 서로 싸우고 싶더라도 우선은 입주자대표회의를 정상화한 후 싸우고, 선거과정에서는 싸움을 멈추어 달라고 당부를 한 것입니다. 그동안 상호 서운하고 억울했던 점, 관리업체와 관리사무소 직원들에 대한 비방 등을 푸념하듯 털어놓는 분들도 계셨으나 크게는 저의 의도에 공감을 해주셨고, 협조를 약속해주셨습니다.

 

 

직무정지된 대표회장이 이미 제기해놓은 소송도 제가 취하하는데 동의가 이루어졌습니다. 법원의 제소명령이 이미 내려진 사건은 제가 취하할 방법이 없어 일단 제소명령을 받은 채권자들이 본안소송을 제기할 것인지를 알아서 판단해달라고 하였고, 그 후 진행방향은 제가 상황에 따라 판단하기로 하였습니다.

 

 

사무실에 복귀하여 두 건의 소송을 취하하도록 지시하였고, 본격적으로 선거를 진행하기 위해 관리규약, 선거관리규정을 꼼꼼하게 살펴 일정과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직무대행자의 의도를 몰라 여러 유언비어가 난무한다는 입주자들의 건의에 따라 다시 한번 안내문을 만들어 관리사무소 게시판과 각동 게시판에 공고하도록 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장 직무대행자입니다.

샘터마을2단지아파트 입주자 및 사용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인사드립니다. 대표회장 직무대행자 오민석 변호사입니다. 조속한 직무대행체제의 종결을 위해 새로운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을 위한 선거절차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음 달인 5월 초부터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에 착수하여 6월 말경까지 동별 대표자의 선출을 마무리 짓고, 7월 한달 간 입주자 등의 직선으로 입주자대표회장 및 감사의 선출이 완료되면 3달 남짓한 기간 동안 저는 대행자로서의 업무를 종결하고 새로이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에 모든 권한을 넘길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일정 및 계획이 순조롭게 지켜질 수 있도록 샘터마을2단지아파트의 입주자 등께서는 선거관리위원 공개모집 및 동별 대표자 후보등록, 투표와 개표 등에 적극 협력하여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입주자 등의 참여가 부족하면 계획했던 일정에 차질을 빚고, 직무대행자의 업무기간이 부득이 연장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선거절차는 법령 및 아파트 규약과 선거규정에 따라 공명정대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것임을 약속드립니다.